행복 주는 그림 그리고 싶은 휴머니스트
행복 주는 그림 그리고 싶은 휴머니스트
  • 민광분
  • 승인 2015.12.19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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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사람!]신 재 흥 음성예총 수석부회장

충북대병원서 환우 위한 특별전 열어
'야외 그림 그리기'동아리도 운영


▲ 신재흥 부회장이 동해바다에서 물결 치는 파도를 화폭에 담고 있다.
▲ 신재흥 부회장이 동해바다에서 물결 치는 파도를 화폭에 담고 있다.



겨울하면 흰 눈송이가 순백의 색으로 꽃을 피워내는 계절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자연에게만 꽃이나 열매로 그림을 그려내지만 겨울 만큼은 지붕이나 쇠붙이, 전선줄, 심지어 사람의 머리에도 흰 꽃을 얹어준다. 거기다 살짝 햇빛을 쐬어주면 은빛 찬란한 겨울 작품이 되어 저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러나 신재흥(57) 화백을 만나러 가는 날은 겨울비가 촉촉이 내렸다. 빗줄기 사이로 물안개가 산야를 휘돌아 감는 거대한 서양화를 감상 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신 화백의 화실로 들어섰다.


'생극을 빛 낸 사람'
서울 태생인 신 화백은 자그마한 체구에 활짝 웃을 때 눈가로 잡히는 굵은 주름이 있다. 그 주름이 순박해 보이며 맑은 영혼을 지닌 중년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는 어려서부터 공연이나 전시회를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한 때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화폭에 담아내다가 음성에 안주한지 20여 년이 되어간다.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하지만 이웃들이 오며가며 먹거리를 나눠주는 정겨운 인정이 그로 하여금 시골의 풍경을 마음껏 화폭으로 옮기게 되었다. 지금은 사라진 소 쟁기질, 담배건조실, 지역의 생활문화 심지어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 사이로 피어난 꽃 한송이 까지 캔버스 위에 물감과 붓으로 재현해 냈다.

그런 그에게 '생극을 빛 낸 사람'으로 인정되어 생극면 이장협회와 체육 향우회에서 감사패를 수여했다. “그 어느 화려한 수상보다도 살아가는 동안 잊지 못할 상이 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흔들리는 마음 화폭에 담아
그림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화가는 거의 없다고 그는 거침없이 말한다. 그림을 전업으로 하는 것은 외롭고 고독한 길이며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몹시 미안한 직업이라고 한다. 여행을 가고 싶을 때, 비가 오는 날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지인들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대신 흔들리는 마음을 붓 끝에 물감을 찍어 고스란히 화폭에 담아냈다. 유화는 색채감과 질감, 광택을 자유롭게 표현해내는 장점이 있는데 그 날의 날씨와 빛의 방향에 따라 같은 모양이라도 전혀 다르게 표현이 된다. 신 화백은 순간순간 느끼는 감성을 화폭에 담아내며 '노력하는 화가' 의 길을 걸어왔다.


“행복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조선시대 막사발(담는 종류에 따라 찻사발도 되고 밥사발도 됨)이 일본으로 건너갔는데 일본에서는 그 당시 매우 비쌌어요. 우리나라 도공들은 손에서 나온 선이라 익숙하지만 초보자인 일본의 도공에선 나올 수가 없었죠. 마찬가지로 유화도 표현력이 한정되어 있지만 다작하면서 창작을 하다보면 나만의 그림을 그려낼 수가 있지요”

그는 9년 전 365일이면 363일을 그림에 몰두 하면서 유화의 세계를 열어 갔다.

신 화백의 삶의 철학은 '행복하게 살자'이다. 항상 즐거움만 있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슬픔과 아픔 속에서 찾아내는 행복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까? 그는 욕심이 있다면 자신의 그림을 보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힘들고 지쳐서 낙심된 사람들, 아파서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보고 힘을 얻고 안식을 누릴 수 있는 따뜻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했다. 매년 7월은 충북대학병원에서 환우와 내빈자들을 위하여, 가을에는 음성예술회관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그림으로 하나 되는 동아리
음성읍 주민자치센터에서 화요일 오전과 오후에 유화를 사랑하고 배우고자 하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예전의 스승과 제자라는 개념이 아닌 먼저 유화를 접한 자로서 알고 있는 정보를 전달한다는 생각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공모전 입상자도 많다. '야외 그림 그리기'모임의 활동도 활발하며 화합된 모습을 주변에서 부러워한다며 개인전과 초대전을 연 팜플렛을 건네주었다. 또한 SNS를 통해 문의가 들어오면 답변도 하고 전국에서 배우러 오는 분들도 많다고 했다. “음성에 터를 잡은 만큼 음성사람으로 음성이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그의 향후계획”이라고 했다.

돌아오는 길, 여전히 비가 내린다. 눈앞에 펼쳐지는 서양화 사이로 신화백의 그림이 겹쳐진다. 아기자기한 꽃그림과 시원한 계곡, 옛 추억이 묻어나는 시골 집…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미로찾기'라며 그림의 세계는 무궁무진 하다는 신 화백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자신의 길을 가는 진정한 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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