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읍 용산1리]외국인 근로자와 주민이 더불어 사는 작은 타운
[음성읍 용산1리]외국인 근로자와 주민이 더불어 사는 작은 타운
  • 민광분
  • 승인 2016.02.04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주 토요일 마을에서 열리는 '다문화 장터' 이색적
3개 부락 멀리 떨어져 있어 무선방송시설 설치 시급




겨울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소한의 추위가 매섭다. 온 몸을 꽁꽁 싸매도 칼 날 같은 바람이 살 속을 파고들어 제멋대로 헤집는 탓에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미국의 심장전문 의사의 인생처방전을 생각하며, 이 또한 지나 가리라란 솔로몬의 명언을 되새기며 따뜻한 봄이 속히 오기를 바라는 맘 간절했다. 추위가 한풀 꺾이고 모처럼 포근한 겨울 햇살이 내리쬐던 날 음성읍 용산1리 마을을 찾았다.



마을회관의 다섯 자매
용산1리는 생골, 거리네, 큰골 3개 부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골 마을엔 조 씨 성을 가진 분들이 많고, 거리네는 반 씨 성이, 큰골에는 손 씨 성을 가진 분들이 산다.

젊은 사람들은 직장을 따라 타향살이를 하고 있음으로 어르신 등이 서로를 보듬으며 오순도순 산다.
주업은 장기수확물인 인삼과 햇사레 복숭아, 벼농사이다. 복숭아에 대해서 어르신들이 외지에서 햇사레 상표가 붙은 상자를 사다가 판매 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음성의 명품 복숭아의 품질이 떨어 질까봐 걱정을 했다.

마을회관에는 홀로되신 할머니 다섯 분이 기거하신다. 홀로 집에 계시면 더 춥고 말동무가 없어 적적할 뿐만 아니라 끼니도 거르거나 대충 넘기기 쉬운데 함께 공동생활을 함으로 하루하루가 즐겁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고달픈 시집살이의 삶. 자식을 키울 때의 보람 등을 풀어내면서 젊었던 시절로 돌아간다.

방 한 구석에 메주 여섯 덩이가 걸려있다. 예전에 어머니가 처마에 매달아 놓았던 것을 본 듯하여 반갑기 그지없다. 할머니들이 해마다 된장, 고추장을 담가 음식을 만드신다. 음식을 해서 당신들만 자시는 것이 아니라 집집마다 전화해서 식기 전에 어서 와 먹으라고 하신단다. 방 안 가득히 밥상머리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이 어르신들의 행복 이라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 위한 다문화 장터
마을 외곽으로 5개의 공장이 있다. 근로자들은 대부분 외국인이다. 인사도 잘하고 착하기가 한이 없지만 주변 정리가 잘되지 않는다. 마을 빈 집을 기숙사로 빌려 주었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하수구가 막혀 회사 직원이 뚫느라 고생이 많다고 한다. 깨끗이 사용하라고 누차 이야기 해보지만 언제나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회사도 거의 포기한 상태다.

토요일이면 마을에 다문화 장터가 열린다. 각 나라 현지에서 직수입한 라면이나 식자재, 양고기 등을 실은 이동 차량이 오면 우르르 몰려들어 자신들이 선호하는 식품들을 고른다.

이들은 고향의 향수가 담긴 식품들을 사지만 한결 같이 말하는 것은 한국의 라면과 소주가 최고라고 한다.



무선방송 시설 설치 절실
3개 부락이 멀찍이 떨어져 있어 방송 메시지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아 때때로 불편이 많다. 가을 철 물벼 수매 날짜를 방송하고도 일일이 집으로 전화를 해보지만 농번기라 집이 비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보니 수매를 제때에 못해 타지방에 가서 수매를 하거나 그 지방에 수매물량이 찼으면 어쩔 수 없이 개인이 벼를 말려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말릴만한 장소와 저장이 용이하지 않아 큰 불편이 따른다.

무선방송 시설이 설치되면 집집마다 스피커가 있어 정확하게 들을 수가 있고 어디서든 폰만 있으면 방송할 수 있는 편리성이 있다. 현재 용산1리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첨단 방송시설이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은 40대 이후의 얼굴은 그 사람이 인생을 어떻게 살았는가에 따라 달라짐으로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다. 용산1리의 어르신들은 참으로 고우시다. 고운 분칠을 하신 모습이 자연스럽고 수줍은 듯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 모습이 옛적 시집 올 때 모습을 연상케 한다. 더구나 나이가 들면 음식 만드는 것이 귀찮을 텐데 젊은 사람을 불러 대접한다고 하니 몸소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시는 지혜로움도 겸비하신 용산1리 어르신들이다.



우리 용산1리 마을사람들


“마을에 무선방송 설치 시급”
조 근 동 이 장
조 근 동 이 장
조근동(70) 이장은 조상 대대로 살아 온 용산1리의 터줏대감이다. 복숭아 농사를 지으며 올 해가 이장임기 만기다. 이장을 두 번 연임 하면서 많은 일들을 했지만 무엇보다도 임기 중에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선방송 설치다. 방송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농작물 수매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답답함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군에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조 정 열  노인회장
조 정 열 노인회장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의 삶 중요”
조정열(78) 노인회장은 10대가 살아 온 용산1리 토박이다. 22년간 이장 일을 했으며 현재는 노인회장 4년 차다.
조 회장은 “음성읍 노인분회 모임에 가면 노인들의 삶이 행복하게 건강하게 보낼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습득한다”며 “마을 어르신들의 건강을 위해 운동기구 설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하고 건강한 노후의 삶”이라고 덧붙였다.







손 두 섭   새마을 지도자
손 두 섭 새마을 지도자
맡은 일 척척해내는 해결사
무뚝뚝한 손두섭(48) 새마을지도자는 농사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빛난다. 일과 결혼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농사에 애착이 강한 사람이다.
용산1리에서 태어난 손 지도자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장남인 그는 교통사고를 당해 거동이 불편한 아버님을 모시고 사는 효자다. 무엇을 하든지 드러내지 않고 자신이 맡은 일은 척척해낸다.






임종은 부녀회장
임종은 부녀회장
“어르신들과 즐겁게 살아요”
임종은(60) 부녀회장은 다른 마을 부녀회장처럼 마을 어르신들의 식사를 챙기지 않지만 노인들이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돕는다. 식사 준비는 어르신들 스스로 해결하지만 눈이 어두워 생활에 불편이 적지 않아 부녀회원들이 돕는다고 했다. 임 회장은 “어르신들이 요구하면 부녀회 회원들이 장도 봐 오고 청소도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