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독거노인들의 새 보금자리 공동거주시설 열악한 민낯
[긴급진단]독거노인들의 새 보금자리 공동거주시설 열악한 민낯
  • 임요준
  • 승인 2016.06.21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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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개소 추가 총 15개소, 시설만 늘리고 운영은 '부실'
기본 소화기조차 설치 안 돼 안전문제에 인덕스 무용지물
운영비 월 30만원 난방비로, 부식비·공공요금은 개인 '몫'
음성군이 한 농촌마을회관을 '독거노인 공동거주시설'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회관에 설치된 기존 정수기를 이용하는 가운데 제때 관리되지 않아 여름철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음성군이 한 농촌마을회관을

“집에 있으면 혼자 있어 외로운데 여기서 친구들하고 같이 지내닌까 재밌지. 밥도 같이 해먹고 이야기도 하고 좋은게 많어”
음성군이 운영하는 독거노인을 위한 공동거주시설. 외로움을 달래고 혼자 몸으로 해야만 하는 불편한 생활을 줄이기 위해 시설을 이용하는 한 할머니의 미소섞인 칭찬이다.
하지만 본래의 목적과 달리 소화기 미설치 등 안전문제에 노출돼 있다. 독거노인 공동거주시설의 현장속으로 들어가 보자.
관내 총 15개소, 운영비 매월 30만원
음성군 관내 독거노인 공동거주시설은 올해 5곳을 추가해 총 15개소다. 각 시설 이용자는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전체 이용자는 100여명에 이른다.
대부분 별도 건물없이 마을회관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기존 마을회관에서 독거노인 공동거주시설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마을회관에서 음식을 나누고 시설물을 이용하는 것은 기존과 다를게 없다. 다만 잠자리를 한다는 것이 전부다.
별도 시설이 돼 있는 곳도 있다. 지난 2014년 시설로 지정된 소이면의 한 시설은 여느 곳과 같이 마을회관을 이용했다. 지난해 총 1억2000만원을 투입, 경로당을 리모델링해 별도 시설을 갖췄다.
소화기조차 없어 대형사고 우려
하지만 대부분 시설들은 가장 기본적인 소화기조차 설치돼 있지 않다. 거동조차 불편한 고령의 할머니들이 화재 발생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화재 발생시 인명사고 등 대형사고가 우려되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소화기 설치에 대한 계획은 없었지만 6월 말~7월 초 전체 시설점검계획이 있어 점검후 고려해 보겠다”고 말해 시각을 다투는 문제에 느긋하기까지 하다.
또 다른 문제가 할머니들을 곤욕스럽게 하고 있다. 음식을 조리하기 위해 그동안 사용해 왔던 가스렌즈와 달리 전기를 이용한 인덕스(전기레인지). 낯선 데다 사용법조차 몰라 무용지물이다.
한 할머니는 “언제 써봤어야지.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라. 지금까지 한 번도 안 쓰고 그대로 있어”라고 말했다. 이용자를 고려하지 않은 보여주기식 투자다.
난방비 없어 운영비로 대체
한 시설은 방3개에 거실, 화장실, 주방 등이 구성돼 있다. 지난 겨울 할머니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추위였다. 난방비가 별도 지원되지 않아 군에서 지원하는 운영비를 난방비로 사용했다. 그나마 방3 곳은 난방을 포기해야만 했다. 좁은 거실에서 5명의 할머니들이 부딪혀 지낸 것이다. 생활 따로 잠자리 따로로 이어지는 이유다.
난방비로 사용돼 운영비가 없다보니 부식비, 공공요금 등은 모두 개인 몫이 됐다. 수입이 전혀 없는 고령의 할머니들에게 매월 고정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이런 비용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용돈을 주는 외지 자녀들이 있으면 다행이다. 도움을 줄 수 있는 혈육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노인에게는 더 큰 부담이며, 결국 다른 이용자들의 눈치꺼리가 될 수밖에 없다. 퇴소 사태가 발생되는 원인이다.
안전 먹거리 기대 못해
조리부터 비용까지 할머니들에게는 힘든 문제다. 그나마 이웃과 자녀들이 한번씩 음식을 가져다준다. 음식이 쉽게 상하기 쉬운 요금 날씨에 할머니들은 냉동실에 보관한다. 이후 냉장실로 옮겨 해동후 섭취하는 상황이다. 음식물 변질이 염려되는 부분이다.
게다가 공동생활에서 안전 먹거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농촌마을 독극물사건과 같은 위험한 일이 발생시 적극적 대처가 어렵다는 것을 고려해 공동 음식물에 대한 대처요령이 필요한 상황. 하지만 음성군은 이에 대한 매뉴얼이 전무한 상태다.
생활 따로 잠 따로
난방비 부족, 공공요금 부담, 안전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이용자들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에서는 의견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특정인을 소외시키는 일명 '왕따'문제가 발생되기도 한다. 결국 퇴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30도가 오르내린 지난 13일 뜨거운 햇빛이 들어오는 나무아래인데도 장판을 두른 오래된 평상위에 누워 있는 퇴소한 한 할머니를 만났다.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그냥 내 집이 편해. 다신 들어가고 싶지 않어” 힘없이 내뱉는 목소리로 그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을 드러냈다.
또 다른 시설. 이른 아침인데도 시설내에는 단 한명의 할머니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었다. “다른 분들은 어디에 계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불편하다고 다들 집에서 자고 조금있으면 올겨. 잠은 여기서 안자. 아무래도 내 집이 편하지” 독거노인을 위한 공동거주시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활력 있는 복지 음성'의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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