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AI확진 … 오리도 울고 농민도 울었다
고병원성 AI확진 … 오리도 울고 농민도 울었다
  • 신정용
  • 승인 2016.11.24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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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동면 용촌리 AI발생 현장 르포

22일 현재 맹동면 일대 37만여 마리 '살처분'
“2년 전 악몽 떠올라 … 추가 전염 없기를”


▲ 지난 17일 AI가 발생된 맹동면 용촌리 오리농장은 매몰지 하나가 생성된 채 썰렁하게 비어있다.(원 안이 매몰지)
▲ 지난 17일 AI가 발생된 맹동면 용촌리 오리농장은 매몰지 하나가 생성된 채 썰렁하게 비어있다.(원 안이 매몰지)

바글바글했던 오리 농장은 하룻밤 새 텅 비었다. 1만여 마리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던 오리 농장은 한적하다 못해 적막함이 감돈다. 자식 같이 키운 오리와 함께 그동안 쏟았던 정성과 사랑도 다 떠났다. 남은 것 이라고는 오로지 덩그러니 남아 있는 낯선 매몰지 뿐이다.

AI 확진 판정을 받은 농장주 서모 씨는 “자식같이 애지중지 키운 새끼 오리를 땅에 묻으며 나도 죽었다”며 “자식을 묻어도 이보다 아프지 않을 것 같다”고 끝내 통곡했다. 오리를 땅에 묻는 이들도 모두 함께 눈시울을 적셨다.

지난 17일 오전 피해농장 주변에서는 새벽부터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복을 입은 공무원들이 2명씩 짝을 지어 붉은색 경광봉을 들고 외부인 진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때 마침 방역차량이 이미 폐사해 다 묻어버린 빈 축사 근처를 소독하며 지나가고 있다. 농장 인근 하천을 돌며 연신 방역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음성군에서는 지난 10월부터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해 구제역과 AI 예방을 위해 축산농가에 소독약품 공급하고 취약지역 소독, 가상방역훈련 등을 통해 강도 높은 방역을 실시해 왔지만 겨울철만 되면 찾아오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인 조류인플루엔자(AI)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 16일 맹동면 용촌리 서 모씨 농장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오리 200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다음날인 지난 17일 AI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농장의 오리 2만2000여 마리가 모두 살처분 됐다. 이어 20일에는 해당 농장주가 소유한 인근 다른 농장의 오리를 포함해 25만여 마리가 추가 살처분돼 매몰됐다. 지난 22일 현재 모두 37만 여마리가 살처분됐다.

충북도는 AI가 처음 발생한 농장 주변 3㎞이내 32개 농장을 대상으로 시료를 채취, 감염 여부를 조사했다. 간이 검사 과정에서 주변 3개 농장의 오리도 AI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오리의 AI 잠복기는 통상 3∼7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추가 발생 소지가 있어 예방적 살처분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AI가 처음 발생한 맹동면 용촌리 농장에서 반경 3km 안(보호지역)에는 66개 농가에서 닭과 오리 91만 마리를 키우고 있다. 예찰지역인 반경 10km 이내에는 283개 농가에서 283만 마리를 사육하는 등 인근이 가금류 집단사육지역이다. 따라서 방역당국은 더욱 긴장된 모습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2014년 AI로 닭과 오리를 대거 살처분한 경험이 있는 주변 농가들도 긴장감을 높였다.

김 모씨는 “AI가 퍼져 살처분하면 최소 5~6개월 오리를 먹일 수 없고 게다가 정부 보상도 형편없어 생계를 위협받는 실정이다“며 ”더 이상의 추가 전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정일헌 맹동면 이장협의회장은 “2년 전 닭과 오리 수십만 마리를 살처분한 기억이 아물기도 전에 또 AI가 발생해 농가가 불안에 떨고 있다”며 “정성을 쏟아가며 애써 키운 자식 같은 것들을 한순간에 망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농가들은 상당히 예민한 상태”라고 말했다.

군은 AI 발생 경위 파악을 위한 역학 조사를 벌이는 한편, 방역초소 7곳과 거점소독소 2곳을 설치해 지나는 차량 등을 대상으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시료를 채취한 주변 농장 검사결과에 따라 추가 살처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축산농가와 철새 도래지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 이번 사태가 조기에 종식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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