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혁신도시’ 행정력 부재 심각
‘충북혁신도시’ 행정력 부재 심각
  • 황인걸 기자
  • 승인 2017.02.24 14: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성군, 부실 이유로 공공시설물 대부분 인수 거부
LH 측 “군 지적사항 충분히 보수해 문제없다” 주장
시설물 인수인계 놓고 양 기관 갈등 … 주민 피해 가중

▲ 충북혁신도시가 행정력 공백상태로 도로 등 시설물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 충북혁신도시가 행정력 공백상태로 도로 등 시설물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음성군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조성해 관리하던 대부분의 충북혁신도시 공공시설물을 지난해 말 인수 거부함에 따라 혁신도시가 사실상 행정력 공백상태다.

충북혁신도시 조성을 총괄 시행해오던 LH가 지난해 말 철수하면서 진천군은 아직 작동시험 중인 수질복원센터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설물 인수를 끝낸 상태다. 그러나 음성군은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된 신호등과 가로등 및 교통 표지판을 제외한 모든 시설물 인수를 거부하고 있어 행정력 부재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LH와 음성군이 시설물 인계인수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동안 혁신도시 행정력이 공백상태에 빠지게 됨으로써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혁신도시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LH가 각 지자체에 인계하는 시설은 도로, 상하수도, 조경, 전기, 정보통신, 하천 등 공공시설물 전부이다. 그중 진천군은 수질복원센터, 하수종말처리장 등 상하수도 관련 시설을 제외한 모든 시설물을 인수한 상태이나 음성군은 도로나 공원, 하천 등 대부분의 기반시설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

음성군에서 혁신도시 시설 인계를 받지 않는 이유는 하자 보수문제 때문이다. 음성군 관계자는 “LH에서 하자 보수를 제대로 해줬으면 왜 인계받지 않겠느냐”며 “충북혁신도시 도로들이 구배가 안 맞는 등 부실하게 시공돼 있어 하자 상태가 있는데 그대로 인수 받을 경우 장차 모든 하자보수를 군의 재정으로 충당해야 하므로 감당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부실을 철저히 조사해서 LH의 하자보수까지 완료한 후에야 인수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LH 관계자는 “이미 지난 2년간의 하자 보수 기간 동안 군이 지적한 사항은 충분히 보수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음성군이 하자보수요청을 거듭하고 있는데 시설물이 노후하면서 발생하는 관리상 하자를 언제까지 보수해 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처럼 양 기관이 책임을 전가하며 옥신각신하면서 미묘한 감정싸움까지 하는 것으로 보인다.

LH와 지자체 간에 이런 갈등이 생기게 된 원인은 LH가 시설물을 준공할 때 해당 지자체 공무원들을 입회시키지 않고 자체적으로 준공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다. 혁신도시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혁신도시 사업시행자가 LH인 경우 준공검사 권한도 국토교통부장관에게서 LH에게 위임된다. 따라서 LH가 준공허가를 내주고 난 후에 군청 담당자들이 볼 때 하자가 많은 것이다.

양 기관이 책임소재를 두고 다투면서 행정력 공백상태에 빠진 혁신도시 주민들의 불편은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다.

이면도로가 잡초더미로 덮여 도저히 사람이 지날 수조차 없게 돼도 정비하지 않고 있다. 이노벨리 아파트 주민인 박모(56)씨는 “상가 뒤편 이면도로를 지날 때마다 차도까지 덮고 있는 잡초들 때문에 길을 걷기가 어려워 할 수 없이 차도로 다닌다”고 했다.

공원 시설은 낡아서 도로가 침하되거나 의자나 놀이시설 등에 균열이 생겨 부상 위험이 있는 경우도 있다.

쌍용예가아파트에 사는 주민 김모씨(36)는 “아이를 데리고 주변 공원에 산책을 가면 도로가 망가져 걷기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밖에 노약자를 위한 육교용 승강기는 아예 운행을 할 수 없도록 정지시켜 놓아 도로변의 구조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각종 건축 공사장의 도로 점유가 심각함에도 전혀 손을 못 쓰고 있고, 각 아파트 울타리마다 너저분하게 쳐져 있는 현수막 정리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면도로는 이미 주차장화 된 상태로 왕복 2차선 도로가 일방통행로처럼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왕복 8차선 대로변까지 주차장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불구하고 양 기관에서는 어떤 해결방안도 내놓지 않아 행정력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군청 관계자는 “도로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서 인부를 보냈지만 워낙 방대한 탓에 현재 인력으로는 손쓰기조차 어렵다”고 했다. 또한 “현수막은 제거해도 한 시간이면 도로 다 붙어 있어 아예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현재 군의 인력으로는 도저히 혁신도시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그러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혁신도시를 각 지자체로부터 떼어내 독립시키는 것이 좋겠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천년나무 1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 안모(68) 씨는 “혁신도시를 이처럼 행정 공백상태로 놓아둘 바에는 차라리 자체 운영할 수 있도록 독립시켜 달라”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