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순 덕 시인
김 순 덕 시인
  • 임요준
  • 승인 2017.09.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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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의 손끝에서 흘려나는 詩가 문학계 센세이션
▲ 평범한 주부에서 시인으로 변신한 김순덕 시인이 자신의 뜰 정원에서 한껏 포즈를 취했다.
▲ 평범한 주부에서 시인으로 변신한 김순덕 시인이 자신의 뜰 정원에서 한껏 포즈를 취했다.


2007년 1집 이어 2집 '너에게로 가는 나' 발간
신앙인으로 한글·글쓰기 지도 등 봉사활동 동참


어느 강연회. 아주 특별한 행사장도 아니다. 본 강연이 시작되기 전 부드러운 음악과 함께 구수한 시 한편이 들려진다. 이처럼 TV광고에도 유명 배우의 목소리로 시 한편이 낭송된다. 다른 내용없이 오직 시 하나로 모든 것을 전달한다. 시가 우리의 일상이 된 것이다. 다른 글의 종류와 달리 짧은 글이지만 그 속에 작가의 감성이 그대로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시가 대중화되기 15년 전, 가사밖에 모르는 한 주부가 우연히 시를 만났다. 이젠 주부의 심성에서 나오는 시 한편이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 그 주인공이 바로 김순덕(62) 시인이다. 평범한 주부에서 시인으로, 그녀의 삶속으로 깊은 여행을 시작한다.

남편과 주고받은 30년 전 편지 간직

김순덕 시인은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학교에서 원예담당자로 근무하다가 1960년대 수원에서 보기드문 비닐하우스농사를 시작했다.

2남4녀 중 장녀인 그녀는 어려서부터 기독교 신앙교육을 받으며 자란 믿음의 사람이다. 그녀 나이 23세. 깊이 있는 성경공부를 위해 초교파적으로 운영되는 신학원에 입학했다. 그러기를 2학년 때다. 육군 장교를 꿈꾸는 3사관학교 생도인 남편 김주상(60)씨를 처음 만났다.

이후 남편 김씨는 강원도 철원군 3사단에서 근무하게 되었고 신학을 전공한 그녀는 수원 어린이선교원에서 학생부 지도를 맡았다. 그러다 보니 둘은 자주 만날 수 없게 돼 통신이 발달한 요즘시대와 달리 둘 사이엔 애틋한 사랑편지가 오갔다. 그때 나눈 편지를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김 작가.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무르익었고 결혼에 이르게 됐다. 그러던 중 시부모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결국 남편은 21년째 된 군생활을 접고 고향 금왕으로 귀향한다.

주부 김순덕과 시와의 만남

남편의 직업특성상 결혼생활은 이사의 연속 이였다. 그녀는 나름대로 하고 싶은 게 많았지만 잦은 이사로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남편을 따라 귀향했지만 금왕은 그녀에겐 여전히 낯선 곳이다. 친구는 물론 아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다. 시부모의 건강이 점차 회복되면서 뭔가를 하고 싶은 욕망은 날로 더해졌다. 그러던 중 금왕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접하게 된다. 그나마 그녀가 유일하게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오후에 진행하는 증재록 선생의 시교실이다. 2003년 3월, 그녀와 시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1집 88편 시 담아

처음 시를 접했을 땐 낯설었다. 그동안 편지글과 일기, 수필은 써왔지만 왠지 시를 처음 접했을 땐 진실하지 못한 것 같았다. 기독교적 사상에 은유와 과장 등을 많이 사용하는 시는 마음에서부터 허락이 안됐던 것. 하지만 증 선생의 지도는 그녀를 점점 시에 빠져들게 했다. 수필보다 시의 매력에 빠진 것이다. “수필은 한 두편만 읽어도 모든 게 드러나지만 시는 얼마든지 다르게 표현된다” 그녀가 시의 매력에 빠진 이유다.

“이 세상 모든 사물을 구체적으로 볼 수 있고, 묘하면서 신비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만물이 나에게 말하는 듯하다”며 잠시 생각에 잠긴 김 작가.
2007년. 드디어 1집을 발간했다. '내가 사랑할만한'을 타이틀로 88편의 시가 담겨있다. 지난 5년간 시를 배우면서 주변에서 보이는 거 보고 듣는 것들, 특히 남편을 처음 만나 함께 걸어온 영원히 사랑할 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표지 한국화는 그녀가 직접 그린 작품으로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10년 만에 2집 발간

그러기를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2집 '너에게로 가는 나'를 발간했다. 김 작가가 말하는 '너'는 신앙적으로는 하나님을, 그리고 남편을 의미한다. 무한한 '너'라는 존재를 향해 가는 작가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총 78편의 시가 담겨있다. 그녀가 직접 그린 표지 수채화 해바라기 꽃이 '너'를 향하고 있다.

그녀에게 시상은 일상적이다. 주부로서 설거지를 하거나 대화중에도, 드라마를 보다가도 시상은 떠오른다. 등산 갔을 때, 꽃을 보았을 때도, 아름다운 마음, 아픈 마음 등이 그녀에게 다가온다.

김 작가는 노인복지관에서 2년간 한글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했다. 또한 무극교회에서 4년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다. 한국화와 수채화에 남다른 재능을 지닌 그녀는 앞으로도 지역을 위해 끊임없는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피아노 연주를 즐겨하는 시인 김씨. 그녀에게서 문학과 예술이 융합되고 있다. 평범한 주부가 시의 세계에서 날개짓을 하고 있다. 지금도 그녀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시에 문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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