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스쿨존’ 어린이 안전 위협받는다
무늬만 ‘스쿨존’ 어린이 안전 위협받는다
  • 임요준
  • 승인 2017.09.1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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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읍 수봉초등학교 정문 앞에 적재함을 닫지 않은 채 모래를 실은 대형 트럭이 주차돼 있어 횡단보도를 달리는 어린이들이 주행차를 발견할 수 없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음성읍 수봉초등학교 정문 앞에 적재함을 닫지 않은 채 모래를 실은 대형 트럭이 주차돼 있어 횡단보도를 달리는 어린이들이 주행차를 발견할 수 없어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제한속도 30' 표시는 희미하게 지워져 무색할 정도
'주차금지' 표시 있어도 장시간 주차, 단속은 전무
음성군 “추경예산 확보되면 일부 시설 보수 계획”

금왕읍 오선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인근 모래채취장에서 모래를 가득 실은 5톤 대형트럭과 승용차 등 차종을 가릴 것 없이 수없는 자동차들이 연이어 달리고 있다. 과속방지턱이 설치돼 있으나 전혀 개의치 않고 달린다. 그나마 도로 바닥에 새긴 '제한속도 30'을 알린 숫자는 언제 표시 했는지 희미해 보이지도 않는다.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게 무색할 정도다.

주민 A(금왕읍)씨는 “인도조차 없는 이곳에 과속하는 공사차량과 수없이 오가는 차들로 걸어 다닌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과속방지턱이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급정거 하면서 도로 바닥에 타이어 자국이 여럿이다. 이곳이 과연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생극면 생극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도로 양쪽으로 불법 주정차들로 꽉 차 있어 주행하는 차가 키 작은 어린이를 발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아이들은 주변 살피는 것조차 어려워하고 있다.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형국이다.

한 어린이(생극초)는 “차가 여기 서 있어 가려져서 차가 오는 걸 못 봐요”

주민 B(생극면)씨는 “학교 앞에 주차장을 설치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주차장 대신 공원이 조성됐다. 주차시설이 부족하다보니 도로변에 주차하는 차들이 많아졌다. 어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빠른 주차시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음성읍 수봉초등학교 옆 어린이보호구역. 이곳 역시 '주차금지' 표시가 전봇대에 또렷이 씌어져 있는데도 인근 병원을 이용하는 차량들로 장시간 불법 주정차 돼 있다. 기자가 찾은 지난 5일에도 학교 정문 앞에 적재함마저 닫혀 있지 않은 채 모래를 실은 대형 트럭이 주차돼 있었다. 아이들이 다가오는 오토바이를 발견하기란 어려운 상황. 뛰는 습성이 있는 아이들이 횡단보도로 뛰어나오면서 오토바이와 부딪칠 순간이다. 다행이 사고는 면했지만 이처럼 어린이들이 교통사고에 노출돼 있었다.

금왕읍 무극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어린이보호구역이라는 표지와 함께 '제한속도 30'이 표지돼 있지만 인근 터미널을 오가는 대형버스와 자동차들이 제한속도를 지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주민 C(금왕읍)씨는 “아침저녁으로 아이를 데리러 오고 있는데, 학교 문만 나오면 바로 도로여서 아이들이 언제 어느 때 튀어나올지 몰라 늘 불안하다. 뛰어서 나가는 습성 때문에 무단횡단도 서슴지 않는다”며 가슴을 쓸었다.

이처럼 음성군 지역 대부분 어린이보호구역이 과속차량과 불법주정차 차량으로 어린이들이 교통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어 학부모들의 가슴만 타들어 가고 있다.

군에 따르면 관내 어린이보호구역이 설정돼 있는 곳은 총 65곳이다. 만약을 대비해 설치한 방범용 CCTV는 124개다. 하지만 오선초등학교처럼 일부 어린이보호구역에는 단 한개도 설치돼 있지 않다. 과속단속카메라는 단 한곳도 없다.

군 관계자는 “불법주정차 단속카메라는 차량들이 많이 이용하는 시내에 주로 설치돼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는 단속카메라가 설치된 차량을 이용, 민원제보가 있을 경우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린이보호구역 내 일부 부족한 시설물에 대해선 이번 추경예산이 확보되는 데로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3년 427건, 2014년 543건, 2015년 541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 1995년 도로교통법에 의해 도입된 어린이보호구역. 제도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일부 아이들의 등하굣길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아동이 행복한 아동친화도시 음성군'이 되새김질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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