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군체육회 생활체육지도자들 “나는 소모품에 불과”
음성군체육회 생활체육지도자들 “나는 소모품에 불과”
  • 음성자치신문
  • 승인 2017.11.0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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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군체육회 소속 생활체육지도자들이 비인격적 대우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 행태에 울분을 토했다.
▲음성군체육회 소속 생활체육지도자들이 비인격적 대우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갑질 행태에 울분을 토했다.


기자회견 통해 “욕설·간부의 운전사·주차안내까지” 폭로
체육회 당사자 “사실과 다르다·법적대응 하겠다” 밝혀
군의회 “행정사무특별위원회 구성해 철저히 조사할 것”


“나는 체육전문가가 아니였습니다. 이곳(음성군체육회)에서 나는 소모품에 불과 했습니다.”

음성군체육회 소속 생활체육지도자 A 씨는 본지 기자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눈시울을 적셨다.

사회초년생인 그가 생활체육지도자로 겪은 그간의 생활은 혹독함을 넘어 불안감의 연속인 비관적 삶이였다는 것.

그가 노출될 경우 1년 계약직마저 잃게 될 거라며 전공종목조차 밝히지 말아달라는 그는 주업무(종목별 수업) 외 체육회 간부의 운전사 역할에서 청소와 주차안내까지 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그럴 때면 그의 수업은 휴강을 해야만 했고 보강수업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꽉 찬 일정에 보강은 어려워 그 피해는 수강생의 몫이 됐다.

A 씨는 “나의 주업무가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많았다. 행사 때마다 의전과 차량운전 등에 시달리다보면 당연 수업은 못하게 되고 부업무가 주업무가 된 꼴이다. 수강생에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조차 미안해서 못할 지경이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지도자 B 씨는 “지난 전국장애인체전 때 여성지도자들은 기구를, 남성지도자들은 실내바닥을 청소해야 했다. 만찬 식당에서는 음식 서빙과 주차안내까지 해야 했다”며 “병원 치료차 연차를 사용할 경우 진단서까지 요구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군 체육회의 비인격적 운영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지난 달 30일 음성노동인권센터와 함께 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연차 유급휴가는 근로자가 자유롭게 시기를 정해 쓸 수 있는 것임에도 군 체육회는 특별한 사유 없이 결재를 거부하거나 휴가를 2∼3일씩 나눠 쓰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음성노동인권센터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군 체육회 간부 C씨는 출근 시간인 오전 9시보다 이른 오전 8시 40분까지 출근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어길 경우 시말서를 내도록 했다. 어떤 경우에는 행사를 위해 오전 6시까지 출근하도록 요구하고 간식조차 지급하지 않았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간부 C 씨는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지 않고 D 직원에게 '앉았다 일어나'를 반복하도록 했다"고 밝혀 욕설과 체벌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체벌은 군체육회 내 다른 지도자들이 모두 집합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어났고, '앉았다 일어나'를 한 D 씨는 얼마 안 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간부 C씨는 행사 진행 도중 착오가 있으면 참석자들이 보는 앞에서 폭언을 행사했다는 지적과 업무 외 의전에 동원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체육행사 후에는 관행적으로 환영만찬, 또는 감사만찬 행사가 진행됐다"면서 "이때 동원된 여성지도자들은 서빙을 해야 했고 남성 지도자들은 주차요원을 해야 했다"고 공개했다.

간부 C 씨는 이들을 개인 업무용 운전사로 부렸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은 "C 씨가 차를 타고 나갈 일이 있을 때 마음에 드는 지도자를 골라 운전을 시켰다"며 "다른 업무가 있음에도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음성노동인권센터는 "군체육회는 군수를 회장으로 하고 군민과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단체"라며 "그 어떤 조직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군민들에게 생활체육을 제공하는 지도자에 대한 인격모독, 의전강요 등 이른바 '갑질'이 극에 달하여 지도자들이 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며 "현재 군 체육회 지도자들은 수업을 거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당사자 C 씨는 "군체육회는 인사위원회(상벌위원회와 겸직)가 구성돼 있다. 여기에는 교육청 관계자와 대학교수 등이 포함돼 있다.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운영되고 있으며, 음식서빙 등은 강제적으로 시킨 것이 아니다“며 ”음성인권센터는 사전에 본인에게 이 모든 것에 대해 말한 적 없이 한쪽 얘기만 들었다“고 불만을 토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반박 보도자료를 준비 중에 있으며, 법적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해 법정싸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고용노동부 충주지청 관계자는 “지난달 18일 음성노동인권센터로부터 근로감독요청서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다. 음성군체육회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며, 그에 따라 향후 진행사항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군의회 한동완 의원은 “갑질 조사보고서와 지도자들의 증언을 들으면서 참으로 황당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체육회 회장인 자치단체장의 단호한 결단이 없다면 의회차원에서 행정사무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한 조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A 씨는 “기자회견이 있기 전 종목별 관계자들께서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는 회유의 전화가 수없이 있었다”며 조직적 방해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군수님과 면담이 있었다. 군 차원의 자체감사를 진행할 것과 이번 사태로 인사상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해 주셨다. 또한 해당 간부와 부딪치지 않도록 별도 사무실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현재는 수업거부 중이나 군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체력은 국력이다. 군민의 건강한 체력은 곧 음성군이 치고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다. 그 원동력의 원천은 건강한 생활체육지도자들이다. 이들의 건강한 정신과 육체가 중요한 이유다. 이를 위한 음성군의 대처능력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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