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국가안보가 어느 때보다 위급한 상황 속에서 음성군이 비상시를 대비해서 관리하고 있는 민방위 비상급수시설이 관리소홀로 인해 기능이 상실된 시설이 적지 않다.

음용수 시설은 곳곳에 고장 나 있거나 사용 가능해도 수질검사 사항을 제대로 게시하지 않아 주민들이 수질오염 걱정으로 사용하는 것을 기피하고 있다.

생활용수 시설 또한 고장 난 채 담배꽁초 등 오물로 뒤덮여 있는 곳이 많아 보기에도 민망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속히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공직사회를 바라보며 지역주민들은 공직사회가 국가안보현실을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 가 우려하고 있다.

민방위 비상급수시설은 전쟁, 풍수해, 수원지 파괴 등 민방위 비상사태 발생으로 상수도 이용이 불가능한 비상시를 대비하여 최소한의 음용수 및 생활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민방위기본법 시행규칙 제 15조를 근거로 정부시설과 자치단체 시설로 설치해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음성군은 9개 읍·면에 13개소의 비상급수시설(정부시설 7개소, 자치단체시설 6개소)을 설치해 놓고 있다. 그중 음용수가 11개소로 금왕읍에 5개소, 음성읍, 맹동면, 대소면, 삼성면, 생극면, 감곡면에 각각 1개소씩 설치돼 있다.

또한 음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생활용수는 음성읍과 삼성면에 각각 1개소씩 설치돼 있다. 그러나 소이면과 원남면에는 음용수나 생활용수시설이 1개소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비상시를 대비한 급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나마 설치된 곳도 제대로 관리가 안 돼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금왕읍에 설치돼 있는 5개의 음용수 시설 중 금왕읍사무소의 음수용 수도꼭지 4개는 모두 고장 난 지 오래다. 금왕청소년문화의집 시설은 수질검사 성적서를 취수대 상판 아래쪽에 붙여놓아 주민들이 볼 수 없게 돼 있다.

또 무극천주교회시설은 아예 사용불능 상태로 있고, 풍산아파트에 설치된 급수시설은 이미 오염됐다고 소문이 나서 오래도록 사용하지 않아 보기에도 역겨울 만큼 지저분한 상태로 방치돼 있다.

풍산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 안 모(75)씨는 “금왕 지역은 옛날 광산지역이라 지하수가 오염돼서 먹을 수 없다”면서 “읍사무소에 설치된 급수시설은 석회질이 나온다고 소문나고, 풍산아파트시설은 어린애가 먹고 배탈 났다고 소문이 나 아무도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음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생활용수시설도 마찬가지다. 음성읍 수봉초등학교 운동장 옆에 설치된 생활용수시설은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어린이들의 눈앞에 설치해 놓고 있으나 식수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고장 난 지 오래돼 전혀 작동이 안 되는 상태로 담배꽁초 등 오물로 뒤덮여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삼성면에 설치된 생활용수시설은 주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일방통행로에 위치해 있어 찾는 사람이 없고 작동 안한지 오래돼 거미줄과 오물로 뒤덮여 있다. 또한 맹동면의 급수시설은 함박산 입구 체육공원에 설치돼 있으나 주민들의 접근이 용이치 않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비상급수시설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민방위 비상급수시설은 전시에 상수도 시설 파괴, 오염 등으로 물 공급이 중단 될 때를 대비, 평상 시 수질과 작동상태를 철저히 점검하고 관리해야 하지만 관리의 손길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주민들의 이야기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민방위 비상급수시설은 매달 한 번씩 발전기가 잘 작동될 수 있도록 전기를 점검하고 있고, 매 분기마다 수질검사를 함으로써 수실오염을 방지하고 있다”며 “청결한 관리를 위해 수시로 청소도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